오늘 굉장히 좋은 영화를 보고와서 한번 꺼드럭대볼까한다.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유레카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일본 배우중 가장 좋아하는 야쿠쇼 코지 형님이 주연을 맡으셨기 때문이다. 사실 아오야마 신지 감독은 아예 처음 들어보았다.
영화 줄거리를 짧게 요약해보자면 버스 납치 사건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운전사 마코토와 어린 남매 나오키, 코즈에. 사건 이후 각자 흩어져 방황하던 이들은 몇 년 후 다시 만나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고, 낡은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먼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니콘 카메라의 색감중에 모노 세피아라는 레시피 필터가 있는데 딱 이 영화톤이랑 비슷한것 같다. 어쨌든 세피아 색감의 매력을 이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또 멀리서 관찰하듯 줌을 쭉 풀어서 롱테이크로 촬영한 장면들은 시골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영화 중간중간 신지 감독의 독특하고도 천재적인 구도와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의 모습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한다.
이 영화는 결말 부분까지도 살아가야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고 있다. '살라고는 안할게 그런대 죽지는 마'라는 사이와의 대사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폭력이 또다른 폭력을 낳는 상황 속에서 버스기사 사이와는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아이들을 지키며 끝까지 나아가려고 한다는 점이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끝까지 안도감(?)을 가지고 영화를 보도록 만든다.
주인공들은 영화 중후반부가 되면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은 주변 사람들에게 보면 일종의 도피처럼 보여질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문제를 당당히 마주하는 것이다. 특정한 목적지 없이 여러곳을 맴도는 그들의 여행은 그동안 짜여진 동선에서만 생활할 수밖에 없던 그들의 삶과 대비된다.
남매와 사이와 사이의 유대를 표현하는 방식도 굉장히 독특했다. 3인물은 서로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필요한 말만하고 몇마디하고 시시껄렁한 농담은 일체없다. 그러나 그들은 눈빛과 손동작으로 대화를 한다. 영화 중후반 버스에서 아무 말없이 노크로 신호를 보내는 장면은 2년전 끔직한 사건을 함께 겪었던 그들이 현재 서로를 얼마만큼 믿고 의지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카메라라는 오브제가 상징적으로 사용된다. 사진기는 피사체의 모습을 기록할 수 있는 물건이다. 영화에서 코즈에는 사이와와 나오키의 모습을 찍는다. 이는 어떻게 보면 사이와와 나오키에 대한 코즈에의 애정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불안정한 현실을 이겨내는 코즈에만의 탈출구일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즉 사진에는 병으로 고통받는 사이와와 다시는 보지 못할 수 있는 나오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둠으로서 지금의 행복을 온전히 이어가고픈 코즈에의 희망이 투영된 것이다.
영화의 엔딩장면도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사이와와 코즈에는 바다라는 일종의 남매가 목표로 했던 장소에 도착한다. 그러나 기뻐하는 모습보다는 오히려 처연한 모습이다. 바닷가에서 주은 조개껍질을 절벽에 버리면서 코즈에는 엄마, 아빠, 그리고 자신의 주변인물들의 이름을 부른다. 가슴 속 앓았던 아픈 기억을 잊고 현실을 살아가려고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코즈에를 바라보는 사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