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공부하다가 "아 공부 너무 허기 싫다"하며 왓챠에 들어갔더니 슈퍼 해피 포에버란 영화가 있더군요. 그래서 그냥 봤습니다.
영화 줄거리는 크게 3 파트로 나누어 집니다. 현재 시점의 초, 후반 과거 시점의 중반입니다. 초반에는 사노라는 남자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사노는 반 정신이 나간상태로 묘사됩니다.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다거나 빨간 모자에 집착을 한다거나 술을 먹다가 혼자 노래를 부르는 등 알 수 없는 행동을 해서 저를 굉장히 당혹 시켰습니다. 알고보니 사노는 나기라는 자신의 아내를 잃고 그 향수로 과거 아내를 처음 만났던 곳으로 친구와 여행을 온거였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영화가 전체적으로 너무 어둡고 느려서 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사노가 호텔 청소부의 노래를 몰래 엿듣는데요. 이때 카메라가 호텔 방 벽을 넘어가며 5년전 아내 나기의 시점으로 영화 중반부가 시작됩니다. 이때부터 초반부 사노의 이상행동에 대한 퍼즐이 맞춰지게 되면서 영화가 재미있어지더라구요. 특히 사노와 나기가 처음 만나게 되는 것부터 연락처를 교환하는 것까지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중 인상 깊던 장면은 횡단보도를 기다리면서 사노가 나기에게 자신이 구매했던 빨간모자를 씌워주는 장면이였습니다. 서로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평범하지만 가장 강렬하게 표현된 씬 같았습니다.
"슈퍼 해피 포에버"라는 제목이 이 영화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사노의 친구 미야타가 빠져있는 세미나의 이름이 슈퍼 해피 포에버였는데요. 세미나 사람들은 동일성 즉 동시에 일어난 우연을 믿는으면 행복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미야타와 영화 초반부 나오는 2명의 여성들도 그렇게 믿었죠. 그러나 사노는 이를 부정합니다. 왜냐하면 사노와 나기가 그러한 우연으로 만나게 되었지만 결국 나기는 죽고 불행해졌으니까요. 미야타의 반지를 버린것도 이를 부정하는 사노의 내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는 사노의 입장과 반대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호텔 배트남 노동자인데요. 도시락을 먹으려다 우연히 나기와 바닷가에서 조우한 그녀는 자신에게 잘 대해준 그녀를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게 됩니다. 이것이 영화 후반부 나기의 붉은 모자를 쓰고 있는 그녀의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니까 사노처럼 우연으로 발생한 무언가가 꼭 불행한 것만이 아니라 행복한 기억으로 영원히 남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저는 그렇게 해석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이번주도 행복하세요